어떻게 한 사람의 현재를 깊이 있게 기록할 수 있을까요?
‘페이스 드로잉 서울’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두 가지 독창적인 접근을 시도합니다. 하나는 피상성에 저항하는 작가만의 그림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글·영상·그림으로 존재를 입체적으로 담아내는 기록의 설계입니다.
‘페이스 드로잉 서울’의 그림은 대상을 사진처럼 재현하는 일반적인 초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인물에게서 느껴지는 인상과 기운을 작가 특유의 선과 색으로 포착하는 ‘주관적 사진(Subjective Photograph)’에 가깝습니다. 이는 카메라의 객관적 시선과 회화의 모방적 전통을 거부하며, 누구나 쉽게 자신을 이상화된 이미지로 전시하는 셀피(selfie) 문화에 대한 예술적 대안을 제시합니다.
작가의 선은 인물의 윤곽이 아닌 내면의 에너지를, 색은 현실의 색감이 아닌 감정의 온도를 표현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그림은 인물에 ‘대한’ 묘사를 넘어, 작가와의 만남 속에서 발현되는 심리적 본질을 응축한 하나의 독립된 ‘캐릭터’가 됩니다. 인물은 자신의 본질이 한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로 재탄생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페이스 드로잉 서울‘은 글, 영상, 그림이라는 세 개의 거울로 한 사람을 입체적으로 비춥니다. 이 ‘존재의 삼면화(Triptych of Being)’는 각기 다른 차원에서 인물을 조명하며, 단일 매체로는 포착할 수 없는 고해상도의 기록을 완성합니다.
서사의 토대. 심층 인터뷰를 통해 기록되는 아티클은 인물의 삶의 궤적과 철학, 즉 이야기의 ‘무엇’을 담당하는 역사적 기록입니다.
현존의 기록. 이번 시즌의 주인공의 현재 30분을 편집없는 원테이크로 담은 인터뷰 영상은 인물의 목소리, 말투, 분위기 등 텍스트가 담지 못하는 그의 고유한 현존, 즉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본질의 응축. 앞선 기록을 바탕으로, 작가는 ‘왜’ 그가 이 연대기에 기록되어야 하는지를 직관적으로 해석하여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페이스 드로잉 서울'의 100일간의 여정은 한 인물의 내면을 발견하고, 그의 현재를 기록하며, 세상과 연결하는 6단계의 체계적인 여정을 따릅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공정이 아니라, 기록하는 자와 기록되는 자,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가 함께 의미를 완성해나가는 상호작용의 설계도입니다.
누구의 이야기를 기록할 것인가? 작가의 직접적인 초대가 있기도 하고, 본인 혹은 주변의 추천을 통해 연대기의 다음 주인공을 찾습니다. 이는 우리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현재의 서울'의 다양성을 최대한 담으려는 노력의 첫 단계입니다.
그는 누구인가? 선정된 인물의 활동 기록, SNS, 관련 기사 등을 통해 그의 세계를 미리 여행합니다. 이후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의 목소리로 직접 삶의 궤적과 철학을 듣습니다. 이 과정은 피상적인 정보 수집을 넘어, 한 사람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색하는 과정입니다.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인터뷰는 한 인물의 30분을 편집없는 영상과 소리를 통해 입체적으로 기록합니다. 이를 통해 텍스트가 담지 못하는 목소리의 떨림, 표정의 변화, 고유의 분위기까지 생생하게 포착합니다. 얼굴 노출을 원치 않을 경우, 인물의 음성은 보존하되 영상은 다른 방식으로 구성하여 그의 존재를 존중합니다.
탐색과 기록을 통해 얻은 모든 감각과 정보는 작가의 손끝에서 예술로 구현됩니다. 생성형 AI로 인한 이미지가 넘쳐나는 요즘, 작가가 직접 그리는 인물의 에너지를 담은 팝아트 그림(Face Drawing)과 그의 삶을 요약한 글, 현존을 담은 영상이 만들어집니다. 이는 한 사람의 본질이 ‘존재의 삼면화’로 재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완성된 작업은 소셜 미디어와 웹사이트에 전시되어 세상과 처음 만납니다. 이 기록들은 2025년 9월 1일부터 12월 10일까지 100일간 순차적으로 공개되며, 여정이 마무리되면 기록된 인물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오픈 토크를 겸한 전시를 12월 중에 엽니다. 이 전시는 한 개인의 이야기가 더 넓은 세상으로 확산되어 새로운 의미를 파생시키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여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와 인물', '인물과 다른 인물들', 그리고 '인물들과 세상'이 연결되기를 기대합니다. 100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전시 파티와 작가가 별도로 진행하는 '릭의서재' 등 향후 기획될 프로젝트들은 이러한 연결을 촉진하고 관계를 완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도들을 이어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