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당신의 입을 다물게 하지 말아라.

2020-10-26
조회수 1389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도움이 되는 생각들 |


살다 보면 다양한 상황에서 나와 생각이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내가 옛날 철없었을 무렵에 그런 사람들을 만났다면, 누가 옳고 그른지 한 번 이야기해보자고 곧바로 격렬한 토론으로 돌입했을 것이다.(실제로도 자주 그랬다.) 당시 나는 범용적이고 객관적이며 이치적으로 맞는 것이 무언인지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단순하고 부끄러운 생각이라는 것을 안다.


웹툰과 드라마로도 나왔던 <송곳>의 명대사가 그것을 한 마디로 잘 설명한다.



그렇다. 서 있는 곳이 바뀌면
보는 풍경도 달라진다.


‘HR(인사팀)’이라는 문지기를 통해서만 들어올 수 있는 회사 내에서의 좁은 인간관계만을 지내왔던 내가, 지난 7년 동안 사회에 나와 적지 않은 수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느꼈던 것들 중 하나는, 모두가 다 각자 자기 자신만의 ‘옳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미디어나 온라인 속에서만 막연하게 알고 있던 그들을, 나와는 정반대에 서 있다고 느꼈던 그들을 바로 내 눈 앞에서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를 듣게 되니, 그들이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고 그런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걸 깨달은 뒤에는 나와 다르거나 심지어 내가 싫어하는 다른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도 크게 화가 나거나 논쟁하지 않게 되었다. 그가 서 있는 곳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에게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거다. ‘존중’과 ‘존경’이 다른 것처럼, ‘이해’와 ‘동의’는 엄연히 다르다. 달리 말하면, 누군가의 의견이나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자주 쓰는 “사람은 모두 똑같다.” 라는 말의 의미는 ‘존중’ 대상으로서의 가치의 동등함을 이야기하는 말이지만, 흔히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 라는 말로 본의와는 다르게 왜곡되어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사실 우리 각자는 (많은 사람들의 상상 이상으로) 정말, 정말 다른 존재다. 별다른 큰 문제없이 사회가 돌아갈 만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기적같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다르다는 것이 과연 나쁜 것인가?


아니다.


다른 것은 나를 자극시키고 흥미롭게 한다. 우리는 자신과 다른 것을 만났을 때, 호기심을 갖게 되고 그것을 이해하고 싶어 하며 그 과정에서 결국 자신을 더 성장하게 한다. 나와 다른 생각과 시각을 가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내가 미쳐 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해주는 훌륭한 거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다르다는 말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같이 마주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처럼 나와 다른 것들이 신기하고 이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두렵고 불안하고 피해야 하는 대상이 되어가는 세상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


2020년 7월, 인사동 <인사동코트> 갤러리에서 (c) Rickkim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었을 때,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었던 몇 가지 생각들을 정리해보았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에게도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그 누구도, 당신 입을 다물게 하지 말라. 당신이 스스로에게 당당한 한, 아무리 멍청하고 바보 같아 보이는 말이라도 분명하게 자기 할 말을 하라.

2. 혹시 틀린 말을 하거나 잘못된 말을 하게 되어도 괜찮다. 당신에게 들을 귀만 있다면, 주변에서 그것을 말해줄 테니까. 당신은 할 말을 하기 전보다 더 현명해질 것이다. 당신이 오직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할 말이 있어도 입을 다무는 것이다.

3. 침묵은 잠과 같다.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계속 잠만 잔다면 몸은 점점 약해진다. 나중에는 제대로 서서 걷기도 힘들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습관화된 침묵은 나중에 반드시 할 말을 해야만 할 때도 당신의 입을 열지 못하게 한다. 할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세상에서 당신이 서 있을 땅은 점점 더 좁아진다. 제대로 맞서지 않고 도망만 치다가는 결국 벼랑 끝에 서 있게 될지도 모른다.

4. 당신이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들은 마음속에 쌓여 조용히 썩는다. 그것은 조금씩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는 힘마저 잃게 한다.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는 삶, 그것이 과연 당신이 원하는 삶인가?

5. 당신의 입을 막는 사람들이 누군지 늘 조심해서 살펴라. 아무리 가까운 사이이거나 나에 대해 선의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함께 있을 때 맘 편히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면, 그 관계는 올바른 관계가 아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디너에 와인과 함께 불편한 사람들 속에 있는 것보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김밥 떡볶이를 먹더라도 편한 사람들과 있는 것이 훨씬 더 낫다.

6.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유롭게 말을 꺼낼 수 있는 사람, 그것에 대해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과 만나고 자주 어울려라. 그런 이들과 오래 시간을 보내며 할 말을 하다 보면 점차 당신다운 판단과 의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게 쌓인 자존감과 자신감은 복잡하고 험난한 삶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7. 말과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자주 하라. 당신의 마음을 강하게 할 것이다. 운동을 하면 몸이 강해지고 몸이 강해지면 쉽게 지치지 않는 것처럼, 마음이 강해지면 불안한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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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19일 첫 글을 쓰고,
2020년 7월 20일 글을 더하다.
#릭의어느날의생각